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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김주희 “생활고에 자살시도…갑자기 억울”
이 름 : 다산북스   작성일 : 2012-05-21   조회 : 1898
 


[한겨레가 만난 사람] ‘세계 8개 기구 챔피언 도전’ 복서 김주희
“자살 충동이라는 강펀치도 헝그리 정신으로 이겨냈죠”

가족 버린 어머니·치매 걸린 아버지
‘정상’ 올라도 생활고 계속돼 우울증
수면제 먹었다가 너무 억울해 깨어나

‘생얼’이다. 얼굴에 화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화장을 하지 않았다. 그냥 스킨로션만 살짝 발랐다고 한다. 눈이 부셨다. 하루 힘을 다하고 지는 해의 부드러운 햇살을 투명한 피부가 살포시 껴안는다. 조그만 상처도 찾을 수 없다. 지난 8년 세계 정상을 지키며 무수한 주먹을 버텨온 얼굴이다. 다시 자세히 본다. 항상 가로세로 7m의 비릿한 냄새가 나는 링 위에서 사냥개처럼 으르렁대며 싸우는 모습이나 도장에서 운동복 차림으로 땀 흘리는 모습만 보았기에, 이번엔 평상복 차림으로 만나자고 요청했다. 그래서 그런 모습으로 나왔다. 평범한 티셔츠에 군데군데 뜯어놓은 청바지, 그리고 빛이 바랜 운동화. “저는요, 예쁘니까 화장 같은 것 안 해도 되고요, 예쁘니까 낡은 옷 입어도 되고요, 운동선수니까 낡은 운동화 신어도 돼요. 호호호.” 그렇게 말하며 밝게 웃는 김주희(26·거인체육관)의 목소리엔 무언가 무거움이 묻어난다. 흘끔흘끔 그의 왼팔에 눈길이 간다. 그의 강력한 왼손 스트레이트에 상대 여성 복서들은 무릎을 꿇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져야 했다. 그의 팔뚝 힘줄이 불끈거린다. 16살 나이에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국내 첫 여자 복서가 돼 파란과 곡절 끝에 세계 7개 기구 챔피언 자리를 통합한 김주희. 현역 선수로 뛰는 26살 나이에 벌써 교육학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억척스런” 그를 만난 건 그런 ‘도전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였다.

김주희는 현역 선수로 정상에 있으면서 박사과정 첫 학기를 지내고 있다. 문대성의 논문 표절 사건이 떠오른다. 정말 열심히 공부는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김주희를 만나보고 싶게 한 것은 그가 보여준 도전정신이다. 그리고 좌절을 딛고 일어선 강인함이다. 그는 7년 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조처로 살아났다. 그리고 계속 챔프 자리를 지켰다. 모두들 몰랐다.

무엇이 그를 죽음의 벼랑에 몰아넣었고, 벗어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권투 하면 감량부터 떠오른다. 프로 데뷔 후 18전 16승1무1패. 16승 가운데 일곱번을 케이오(KO)로 이겼다. 11경기는 10회전까지 끌었다는 이야기다. 경기 전날 계체량 할 때까지 온몸의 수분을 쥐어짜며 한계체중에 맞추어야 하는 고통을 뒤로하고 선수는 사각의 링에 올라야 한다. 감량의 고통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키 160㎝에 평소 체중 53㎏ 정도이다. 한계체중 48.980㎏을 위해선 3~5㎏을 빼야 한다. 거의 체중의 10%를 줄여야 하는 셈이다. 피부 속 수분을 다 빼면 근육도 가죽처럼 얇아진다. 피부는 종잇장처럼 바삭바삭해진다. 물을 못 마시는 고통은 고문이다. 입안이 마르면 혀에 안티프라민을 바른다. 억지로 침이 고인다. 그나마 자꾸 뱉어내야 조금이라도 더 감량한다.”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그렇게 힘든 일을 왜 하는 것일까? 여기서 헝그리 정신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긴 시간 챔프로 있으면서 이미 선수 생활 초기의 헝그리 정신이 계속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 전세계에서 나를 목표로 매일 밤 샌드백을 치는 여자 프로복서가 5만여명에 이른다. 언제 어떤 돌주먹이 나를 캔버스에 눕힐지 모른다. 매번 방어전을 준비할 때마다 달리기와 스파링에 몰두하면 발톱이 6~8개씩 빠진다. 발톱이 빠진 발가락에선 운동화가 스치며 진물이 나온다. 내 방 한구석엔 그동안 빠진 발톱을 모아 놓았다. 그것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내친김에 물어보았다. 장기간 정상을 지키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필살기는 무엇인지.

“2002년 어느 가을날이었다. 세계 정상을 노리고 운동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때 스승 정문호 관장님이 복부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명치보다 훨씬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곳을 집어준 것이다. 바로 왼쪽 옆구리 갈비뼈가 끝나는 지점이다. 여기는 간장, 신장, 비장, 췌장 등 각종 장기가 집결된 곳이다. 사과알만한 크기의 이곳을 제대로 맞으면 모든 장기에 고통이 다발적으로 전달되고, 3~5초 뒤 누구라도 앞으로 고꾸라진다. 잔인하지만 상대의 수비를 뚫고 그곳에 한 방을 쑤셔 넣기 위해 하루 수천번씩 복부 모양과 비슷한 샌드백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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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각자자신의 이야기가 있는거지만서도, 김주희님 이야기들으니 제가 너무 부끄러워지네요. 용기얻어갑니다. 고맙습니다.      2012.06.17 
여우꼬리      힘든길을 가고 있지만 희망은 있으니까요~      2012.05.22 
flower      헝그리정신...한국인의 힘 아닌가 싶기도 해요~ ^^;      2012.05.22